(14) 1886. 12. 26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23호 서한
이틀 전 주 조선 영국대리총영사인 파커(E.H.Parker)17)가 본인에게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었음. 귀하도 알다시피 베이커(Baker)는 최근 건강을 이유로 한성을 떠났음. 파커가 임무를 인수한 후 즉시 문건들을 정리했는데, 그 이유는 베이커가 8월 정치음모 관련 혐의가 있었기 때문이며 파커는 그 사건을 규명하고자 한 것임.
파커는 조사결과 베이커가 동 사건에 일체의 책임이 있음을 발견했고, 즉 베이커가 조선국왕이 서면으로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린 장본인이며 증거를 날조하여 거짓을 사실로 하려했다는 점임. 그는 원세개를 속여서 원세개로 하여금 행동을 취할 기회를 찾을 기회를 찾고 있는 그가 즉시 이런 표면상 제3자가 제공한 소식에 근거하여 북경에 각종 보고를 함에 이를 증빙으로 삼게 하였음.
파커는 또한 베이커가 그 이후 동 사건에 겁을 내서 사건을 사실인 것처럼 위조하려 하였고, 자신과 동 사건과의 연관성을 묻어버리고자, 한성내의 일부 사람이 그 음모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는 등을 날조하였다는 것도 말해 주었음. 파커는 이어서 말하기를 그 자신도 베이커의 무고로 인해 위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파커 자신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음.
파커는 자신이 조사하여 이런 사실을 밝혀낸 이후 이미 전문으로 영국공사 힐러(W.C.Hillier)의 부임을 잠시 보류하도록 요청하였고, 그 시간에 그 자신이 이 사건을 완전히 밝혀내도록 하거나, 별도의 조사반을 파견하여 조사하기를 희망하였음.
그가 이렇게 하는 목적은 다음 두 개의 이유가 있는 바, 하나는 이 일이 밝혀지면서 영국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또 하나는 이 일을 빌어 베이커가 그 자신에게 행한 무고를 씻고자 함임. 그는 힐러가 오는것을 바라지 않는 바, 이는 힐러는 간언을 할 위인이 아니고 두려움에 동 사건을 철저히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임.
이상은 파커가 설명한 내용의 요점이며, 자세한 내용은 얘기하지 않았고, 증거 또한 제공하지 않았음. 그는 단지 충분한 증거와 자료가 적당한 시기에 제출될 것이라고만 말했음. 그는 얘기할 때 흥분하여 힘있게 주장하는 바, 본인 생각에 일부는 과장된 면도 있는 것 같음. 예를들어, 그가 말한 “베이커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불가리아와 유럽의 분쟁과 관련 있다.” 라는 등등임.
파커는 베이커의 행동이 정신이상에 기인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내가 보기엔 파커가 자기 말을 합리화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임. 파커는 베이커가 발병하여 조선을 떠난 주요 이유가 자기가 8월 음모와 관련 있는 것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 한 것이라고 함. 파커가 이런 비밀을 나에게 알려주는 것에 대해 나는 매우 의아했음. 후에 그가 나로 하여금 귀하께 전문을 보내도록 한 것은 귀하를 통해 주 청나라 영국공사 월샴경18)에게 파커 자신이 신뢰할만한 인물이라는 점을 전해달라는 의도란 걸 알았음. 나는 당연히 이를 인정할 수 없는 바, 그가 말조심을 안 하고 비밀을 계속 얘기하고 다니는 것이 그 이유임.
귀하는 이 사건에 관여 여부를 떠나 일절 함구하기를 원하시는지요? 파커가 얘기하는 것에 대해 그 모든 것이 진실인지는 본인도 확신할 수 없으며,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사안이 어느정도 사실적 근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중 대부분 지레짐작한 단어임을 피할 수 없음.
베이커는 의도적이든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든 결국 환난을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음모와 중요한 관계가 있음. 이런 근거로 본인이 다른 경로로 얻은 소식에 의하면 의심할 바 없이 확신이 감.
파커는 이를 기초로 복잡한 이야기를 구성한 것으로 나는 그것이 완전히 허구라고는 말 못하겠음. 즉 내 의견은 단지 이야기의 내용 대부분이 아마도 파커의 환상에 기초한 것이라는 것임. 내 생각엔 그의 이야기 속에 자신 개인의 원한이 끼어들어 있기에 비록 그가 베이커의 이익을 위하여 이 일이 공개적으로 폭로되는 것을 방지하기 18) Walsham, Sir John(1830-1905) ;영국의 준남작외교관(Second baronet Deplomat) 을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임.
이 사건의 이야기는 한낱 추문일 수는 없으며, 정말 조선정국 발전중의 일대 중요한 새로운 사안이라서 귀하께 보고 드리는 바임. 사건 배후의 진실과 내막은 매우 중시되나, 내가 보기엔 원세개는 이 사건 관련 위계에 능란한 음모가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허수아비와 같아 이 음모에서 새로운 역할과 새로운 목적을 증가 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음.
편집자주 : 본건 서한과 제(15)호 서한은 해관(세관)당안(공문서) 내 영문을 번역한 것으로 베커는 원문에서 Baker임. 그러나 Couling:The Encyclopaedea Sinica 등 서적에선 1885~86년간 주 조선 영국대리총영사는 베버(E.C.Baber)라고 나옴.
(15) 1887. 1. 10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24호 서한
앞서 서한에서 보고한 바와 같이 동건 소문은 계속 커지고 있는 바, 내가 보기에 파커의 행동은 단지 그가 베이커가 과거 영국공사에게 파커의 주한성총영사 임명 추천 건의를 다시 고려해볼 것을 권고한데 기인한 감정적 작용인 것으로 생각됨. 나의 생각은 만약 베이커가 파커의 총영사 임명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파커는 어떤 음모를 발견했든지 간에 베이커를 고발하지는 않았을 것임. 나는 귀하께서 이 전문을 보고 명확해지리라 확신함. 모든 사건이 당연히 내 소관인 것은 아니며, 나도 귀하께 그와 관련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으나, 만약 파커가 주변을 아랑곳 않고 만행을 저지른다면 이 일은 공개적으로 폭로될 것이며,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불러일으킬 것임.
우리는 청나라가 이미 러시아와 상호 조선영토의 완정함을 존중하기로 약정하는데 합의가 되었다고 들었음. 귀하께서 이 사실이 진실인지 알려주시기 바람. 상세한 조약내용은 어떻게 되는지요? 피어리 (piry)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흥분한 것은, 이는 일본이 반드시 일본이 배제된데 대하여 항의와 분노를 표할 것이라는 것임.
개방된 조선북부의 평양을 통상항구로 만드는 일은 현재 숙고하고 있는 중이며, 현재 평양 연안일대와 청나라북방지역간의 불법무역이
왕성하여, 만약 금지를 가하는 것이 세수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면, 불법무역을 정상화하기 위해 항구를 개방하는 것이 나을 듯함. 평양은 무역개방의 좋은 지역이나 정상 무역으로 편입시키려면 밀수단속선(감시정)이 필요하며, 이는 단기간 내에 필히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임.
조선해관의 세수는 아직 순시선을 구입하여 상시 하천 순시를 하기엔 부족함. 조선국왕은 최근 쌀을 운반하는 선박을 구매하였는 바, 아마 어쩌다 순시선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도 같음. 나는 업무적으로 이미 외무서독판에게 건의서를 제출하였으며, 내년 봄에는 내가 직접 이 선박을 타고 평양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는 바, 현지 자원의 조사와 개항할 부두의 위치 등을 선정할 예정임.
인삼밀수문제 관련, 최근 조선 국왕을 근심케하는 사례가 증가하는바, 국왕은 일찍이 나로하여금 이를 엄히 단속하도록 지시한 바 있
음. 우리는 비록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이 귀중한 물품은 여행자 몸속이나 보따리 속에 쉽게 숨길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임. 조선해관은 또한 청나라군함이나 군함에 승선한 군인을 검사할 권한이 없으므로 일부 군함의 군인과 장교는 인삼밀수출 사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 인삼은 금지품이지 과세대상은 아니므로, 밀수출이 비록 세수에는 큰 영향이 없으나, 나는 책임감을 갖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음.
나는 과거 여러 차례 원세개에게 협조를 요구하였으며, 그는 매번 이에 동의하고 제지하겠다고 했으나, 청나라군함이 검사면제특권을 향유하고 있어 해관당국은 효과적인 단속을 할 방법이 없음. 며칠전 나와 원세개는 다시 이 일을 거론하면서, 그에게 리중탕에게 직속총독아문에 규칙을 반포할 것을 건의토록 요청 하였는 바, 이는 조선부두에서 청나라군함으로 적재되는 모든 상자(물품)은 그것이 함상의 인원, 손님 또는 기타 인원의 것임을 막론하고 모두 선적전에 함상 의 일원인 장교가 책임지고 검사토록 하는 것임. 만약, 보따리내 또는 몸에서 인삼이나 기타 과세대상 물품이 발견된다면 반드시 압류하고 조선해관세무사에게 이관하여 처리토록 하고, 세무사는 단속 군관에게 압류물품 가격의 3/10의 보상금을 지급토록 한다는 것임. 원세개는 답신에서 이를 받아들여 밀수단속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하였으나, 리중탕에게 앞의 규정을 신설토록 건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음.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리중탕이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음. 왜냐하면 청나라정부 관용선이 인삼 밀수를 함은 조선국왕의 불만을 가져오고, 청나라해군에게도 역시 모양이 안좋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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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파커는 조선의 행정구획과 군대의 조직을 연구하여 <조선>이라는 글을 유럽 기독교계의 <교무잡지>에 소개함. 이 글은 1885년 조선;지리구획과 문관제도(Corea;Geograpical Divissions and Civil Officers)>라는 제목으로 서방세계에 소개되었고, 이듬해 1886년에 조선; 무관제도(Corea; Military Officers)가 연달아 소개되면서 조선의 종품제도와 행정 및 지리가 서방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됨.
18) Walsham, Sir John(1830-1905) ;영국의 준남작외교관(Second baronet Deplo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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