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인류 존망存亡척도, 곳곳서 감지되는 자연의 경고 … 코로나19는 ‘필연’
꿀벌發 식량난 우려, 배후엔 기후변화 … ‘식량이 무기되는 시대’ 올 수도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God always forgives, Human being sometimes forgives, Nature never forgives.).”
지난해 프란치스코(Pope Francis) 교황이 ‘지구의 날(4월 22일)’ 50주년을 맞아 스페인 격언을 인용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부터 홍수·폭염·가뭄·지진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자연재해들까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까? 우리는 곳곳에서 자연이 보내는 경고장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재해의 배후엔 기후변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만 올라도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한다. 실제로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꿀벌이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먹이를 생산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꿀벌은 사람처럼 더위를 탄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꿀벌 개체 수가 40% 가까이 감소했고, 영국도 2010년 이후 45%가량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유충이 집단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꿀벌이 자연 생태계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곤충이란 점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의 양과 종류가 그만큼 줄어들고 인류가 식량난에 처할 수도 있다. 인류가 먹는 식량의 1/3은 꿀벌과 같은 곤충의 수분(受粉) 활동을 필요로 한다.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 머리에 옮겨붙어야 열매를 맺는데, 꿀벌이 꽃가루받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꿀벌의 경제적 가치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 의존도가 100%인 아몬드는 꿀벌이 사라지면 재배가 불가능해지고, 사과·양파 등도 수분의 90% 이상을 꿀벌에 의존한다.
美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값이 급등해 한 해에 14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말한 것도 충분히 근거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수분 가치가 최소 2,650억 유로(3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과 임업 관련 생물자원 중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소·돼지에 이은 3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UN은 2017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적·물적 교역 차질, 꿀벌도 ‘제자리비행’
전 세계 농가와 양봉업계는 지난해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앞다퉈 봉쇄령·이동제한령을 내리면서 농가의 수분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농업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호주·뉴질랜드·멕시코·칠레 등에서 수입한 꿀벌로 수분을 했는데, 이들 국가 대부분에서 수출을 불허했고, 운송 기사의 이동마저 쉽지 않아 벌통의 화물 수송이 어려워졌다.
영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영국 농가들은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남부 유럽의 꿀벌에 의존해왔는데, 지난해 이들 국가 대부분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수입이 어려워져 꿀벌로 수분하는 농가들이 치명타를 입었다.
일본 등 일부 국가·지역에선 꿀벌 수급이 어려워지자 벌통 도난 사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꿀벌은 아몬드·배·복숭아·딸기 등 농작물 재배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어 꿀벌이 없으면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우리가 떠안게 될 것이다. 꿀벌發 식량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독일의 포르쉐는 라이프치히 지역에서 꿀벌 약 300만 마리를 기르고 있고, 영국의 벤틀리도 30만 마리의 꿀벌을 기른다. 롤스로이스도 영국 본사 인근 부지에 30만 마리의 꿀벌 서식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자동차회사가 양봉업을 하는 시대. 물론 ‘ESG 경영’의 일환이지만 꿀벌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전 세계는 자연을 함부로 쓴 대가로 천문학적인 ‘코로나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안타깝게도 자연은 유한하다.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말처럼 인류가 서로 연대해 ‘지구의 보호자’임을 자처해야 할 시기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과 사회·환경적 변화로 인해 HS 품목 수는 필요 이상으로 늘어났으나, 정작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연계의 동식물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대한민국의 무역의존도 73.3%. 이젠 생존의 문제다. 식량이 무기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출처 - 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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