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제도 시행 시 韓 철강 수입하는 EU업체 ‘연 3,390억원’ 부담
탄소가격 결정 및 감축목표 설정 등을 담은 EU의 탄소국경제도(CBAM) 초안이 공개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에 해운, 육상운송 및 건축물 분야를 추가하고, 항공 분야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탄소 감축 입법안(Fit for 55)을 7월 14일 발표했다.
해당 입법안을 도입할 경우 한국産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EU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3,3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기업에 대한 수출 단가 인하 압박 또는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탄소 감축 관련 입법 패키지 ‘Fit for 55’ 발표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했다.
‘Fit for 55’는 탄소가격 결정 관련 입법안(4개), 감축목표 설정 관련 입법안(4개), 규정 강화 관련 입법안(4개), 포용적 전환을 위한 지원대책인 사회기후기금 등으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신설 및 강화한다. 기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인 전력, 철강, 화학 등에 해운, 육상운송 및 건축물 분야를 추가하고, 항공 분야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에너지 관련 지침도 개정됐다. 에너지 조세 지침, 재생에너지 지침 등의 개정을 통해 탄소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어 항공 및 해운 부문에서 친환경 연료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관련 지침이 신설됐으며, 경제 및 사회의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탈락하는 산업, 노동자, 지역 공동체가 없도록 사회기후기금 및 현대화 기금 등의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 EU CBAM 적용 시 韓 철강 타격 불가피
EU 집행위는 이번 초안에서 CBAM 도입과 관련한 입법안도 내놨다.
참고로 CBAM은 EU가 탄소 누출 방지를 명분으로 역외 생산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대해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2023년부터 CBAM 적용 품목을 EU로 수입하는 자는 연간 수입량에 따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데,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등 5개 품목이며, 2026년부터 품목 전면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EU의 이러한 조치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수입업자가 CBAM 인증서를 구매하기 때문에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지만, 수입업체가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할 수 있어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또 역내 경쟁업체에 비해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수출 물량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적용 대상 품목 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철강의 경우, 감면 등이 인정되지 않을 시 CBAM 인증서 비용은 연간 최대 3,39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EU 수입자 입장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새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당국에 수입품목 관련 정보 보고 의무도 추가돼 금전적·행정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경련은 한국産 제품 수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정부·산업계, “탄소 저감 명분으로 ‘新무역장벽’” 우려
이 같은 전망에 전경련은 해당 제도가 ‘탄소 저감’을 명분으로 한 新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EU CBAM은 내국민대우 원칙(GATT 제3조) 위반 소지가 있다. 동종 상품에 대해 원산지를 근거로 수임품과 역내 생산품 간 차별적인 조치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증서 구입대금 등에 상응한 수출단가 인하 압박이나 우리 기업 수출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량제한철폐 원칙(GATT 제11조) 위배 소지도 존재한다.
이에 전경련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 EU에 공동 대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또한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의 탄소 감축목표를 재점검하고, 차질 없이 이행할 필요가 있으며, 사회경제적 구조전환에 따르는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의 2030년 탄소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법안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친환경 전환에 따르는 소외 지역 및 노동자에 대한 지원 대책 강구와 한국판 뉴딜 2.0의 한 축으로 제시하되 ‘휴먼 뉴딜’을 공정 전환과 명시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 기후 변화 대응 정책 도입·강화에 따른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3일 ‘제20차 통상추진위원회’에서 EU의 CBAM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탄소중립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각국이 우리 기업에 불합리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도록 통상 규범에 기초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국의 탄소국경조정 도입 움직임에 대해 “WTO 등 국제통상 규범에 부합해야 하고,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하며, 우리 탄소중립 노력과 제도를 반영해야 함을 요구하는 한편, 관련국과의 협의 및 다자적 대응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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