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가 재고품을 한시적으로 백화점·아울렛 등 다른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4월 7일 주요 면세점 사업자, 관세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쌓인 수조원대의 재고 면세품을 처리하기 위해 관세청에 보세물품 판매규정 완화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외국산 제품에 한해 관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매기더라도 재고 면세품을 내국인에게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해외 여행객과 공항 이용객이 급감해 사실상 매출이 ‘제로(0)’인 상황에서, 면세점 업체들은 규정상 팔리지 않은 재고품을 반품하지 못한 경우 모두 소각·폐기해야 한다.
장기체화 재고를 포함해 현재 쌓여있는 재고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재고 처리라도 가능해지면 그나마 숨통은 트이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라, 허용 면세품 범위, 국내 판매 방법, 일정 등에 대해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일단 국내 판매를 허용한다 해도 온·오프라인 등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세금이 붙었을 때 국내 상품과 차별화될 수 있을지, 관련 규정을 어떻게 손볼지 등 사안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2017년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보복 당시에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재고 판매를 요청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또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제3조(운영인의 의무)에 “보세판매장에서 판매하는 물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물품을 수입하여 내수판매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관련 고시 개정 또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면세업계는 현재 상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미 다른 규제들을 완화한 것처럼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도 허용해주지 않겠냐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면세업계는 중국인 보따리상 등 해외 소비자가 면세품을 구입해 바로 국제우편 등으로 해외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따리상은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큰손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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