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1887. 6. 21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30호 서한
포크(foulke)는 이미 떠났음. 18일 전보가 왔는데, 그로 하여금 인천항에 정박중인 마리안(Marion)호로 가서 승선하였음을 보고하라는 명령이었음. 이는 조선에서 포크의 소환을 요구했던 때문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으나, 이럼으로써 대략 그로 인해 야기된 몇몇 소동은 가라앉게 되었음. 데니(O.N.Denny)는 평안도에 간지 장장 1개월이 되어 가는데, 아마 다음주에는 돌아올 것으로 보임. 나는 그가 그곳에서 일반적인 평안도 소재 광산에 대한 조사 이외에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음.
(22) 1887. 8. 2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31호 서한
나는 날씨가 너무 더워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현재는 인천에서 며칠째 휴양하고 있음.
지난 달에 한성에서 한 두가지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였음.
첫 번째 사건은 외무서독판(外務署督辦; 외교부장관격;역주) 김만식의 파면과 서상우가 후임자로 임명된 것임. 파면된 김만식의 공식적 이유는 국왕에게 허가를 득하지 않고 마음대로 부산 상무감리소에서 입안한 차관계약서상에 외무서 인장을 날인했다는 것임.
이 차관 금액은 4,000 달러(미화)로 부산소재 군대의 유지와 관련된 것으로 그에게 공금남용이나 횡령 등 부정행위의 책임을 지우진 않았음.
사실 내가 들은 바로는 그곳에서 일하는 협판 에게서 독판은 국왕이 이미 일본 상인으로부터 이 차관을 빌리는 것에 승낙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본인이 궁정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협판의 말을 진실로 믿었던 것으로 여겨짐.
우리는 감히 단언 하건데, 만약 김만식이 궁정에 총애를 받았다면 이런 작은 과실은 이 업무제도가 매우 허술한 국가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나, 안타깝게도 그는 현재 조정에 몇몇 정적들이 있고, 의심할 바 없이 이런 사람들이 의도를 갖고 그가 이런 치욕을 겪도록 만들었다는 것임.
외무서와 업무상 접촉했던 모든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음. 신임 독판은 포악하고 무례할 뿐 아니라, 업무를 전혀 처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임. 어쨌든 이 변동은 비록 정치적 이의는 없었으니, 이는 신임 독판과 전임 독판이 모두 친중국적 경향인 이유 때문임. 그러나 신임 독판은 김만식처럼 중국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차이임. 외무서의 협판 1명과 부산감리는 동 사건으로 독판과 같이 처분을 받았음.
두 번째 보고가치가 있는 사건은 6주전에 조선으로 돌아온 민영익이 돌연 실종된 사건임. 그는 7월 29일 제물포에 도착했으나, 거기서 멀지 않은 강화도에서 석탄광을 조사한다는 소문을 내었음. 그러나 30일 저녁엔 그가 러시아 전투함 ‘시보우치(西福齊, Sivoutch) 호’에 승선 하였는 바, 말로는 만찬파티 참석 목적이라고 하나, 그 군함은 여명이 밝기도 전에 그를 태우고 떠나 버렸음. 그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어디로 가는지 알려준 바 없고, 2~3일이 지난후 전보를 접하고 그가 이미 연태(중국 옌타이)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음.
그가 갑자기 체류했다가 떠난 이 사건은 크게 놀랄 사건은 아니지만, 그가 러시아의 군함을 타고 갔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안과 의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이 때문에 허다한 루머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런 소문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귀하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임.
원세개는 민영익이 떠난 후 즉각 전투함 한 척을 파견하여 중국에 보고를 하였음. 민영익이 연태에 도착한 소식은 사람들이 이미 예견한 것임. 나는 민영익의 유일한 목적이 바로 조선을 떠나는 것이었다고 믿으며, 그가 이곳에서 항상 공포스런 상황에 처함에 최후의 방법으로 몸을 피하는 위계를 쓴 것이라고 보여짐. 나는 그가 왜 러시아 군함을 타고 갔는지가 이해가 안되나, 이는 마치 사전에 준비가 된 듯함. 그의 탑승한 러시아 군함은 아마 정말 사람들이 제일 상상도 못했던 이유일 것임.
귀하도 아마 기억하겠지만, 작년 여름 그는 귀국하자마자 몰래 중국 선박을 타고 떠난 사실이 있음.
조선은 민씨족벌의 민영준을 주동경(駐東京)공사로 임명하였고, 그는 내일 부임할 것임. 데니(O.N.Denny)는 평안도에서 돌아왔으며, 평안도의 풍부한 광산에 대하여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이런 광산을 개발하는 좋은 방법에 대하여 건의도 하였음.
그러나 그의 보고와 건의는 이미 보류된 것이 확연한 바, 그를 실망시켰음. 평양을 통상 목적으로 개항하는 것에 대해 다시는 거론할 수 없는 바, 이는 아마 외무서의 변덕에 따른 것으로 이런 보고로는 진전이 있을 수 없을 것임.
조선정부는 또다시 세창양행으로부터 윤선 1척을 구매하였으며, 이 배는 중국의 각 항구를 잘아는 ‘신호(Signal, 信號)호’로 어떤 검사,검증도 없이 바로 구매하였고, 이또한 뒷거래가 있는 것으로 보임. 또다른 윤선인 ‘도이치(Deutchland, 德意志)호’는 다음주에 도착할 것이며, 세 번째 윤선은 현재 독일에서 제조중인바, 이에 따라
채무는 증가하고 있으며, 조선정부의 약점은 점점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음.
올 여름은 매우 덥고 비가 적었으나, 농사는 상당히 수확을 거두었음. 콜레라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금년에는 거의 피해간 것 같음. 검역조례는 외무서의 승인을 득해서 각국 공사가 동의하여 시행 하였음. 내가 검역조례를 주장하는 유일한 목적은 검역업무를 우리 수중에서 통제하고자 함이니 이는 작년 여름의 경험에서 만약 우리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으면, 일본인들이 스스로 검역업무를 실시할 것이며 이럴 경우 모든 수출입항의 선박은 거의가 일본선박으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임.
관세수입은 매우 좋음. 금년도 총액은 20만원을 초과할 것임. 이 서한을 쓰는 동안 나는 웨버(러시아공사)쪽에서 민영익이 수일전에 탈출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웨버는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전례를 따라 민영익을 인천에 정박한 ‘시보우치호’에 태우기로 방법을 강구했고 연태로 보냈다고 함. 내생각으론 그 경과가 대체로 이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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