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1887. 4. 5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28호 서한
먼저 보고 드린 세창양행 차관 사안은 이미 해관세수를 담보로 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대신 원세개가 상환을 담보하기로 하였음. 생각건대 그는 이미 리중탕으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임. 원세개는 나에게 중국쪽에서 일부 조건을 걸고 조선정부에 차관을 제공하는 것으로 준비중이며 채무를 상환할 것임을 알려주었음. 조건에는 조선정부가 지출을 긴축하고, 평안도광산을 개발하여 이로써 차관을 상환하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함.
만약 이대로만 된다면, 정말 최적의 기회로써 귀하의 생각대로 조선 해관에 대한 영구 통제가 가능할 것 인바, 중국정부의 차관으로 조선정부의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서 조선정부는 이런 통제권한을 승인할 것임. 조선인들은 여전히 채무를 지면서 물건을 사들이고 있으며, 이런 물건들은, 백화전23)이외에 국가 재정고갈을 부추기는 구멍에 불과함. 예를들어 그들은 세창양행에서 또다시 3척의 윤선을 구입하면서, 5년내 상환할 것을 약속하였음. 그러나 그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 척의 윤선은 바로 정부의 대미(쌀)을 운송하고 있으며 만약 개인소유 윤선 운수시의 원가와 비교할 때, 최소 매월 1천원 정도를 낭비하고 있음. 경비는 결구 방법을 강구하여 빌렸으나, 만약 중국정부에서 빌릴 경우 이는 귀하가 리중탕 또는 총리아문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조선인들이 귀하가 해관을 통제하는 것에 동의하는 최고의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데니(O.N.Denny)가 계획한 차관계획은 내가 먼저 전문에서 비록 어느정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으나, 아직은 진전이 없음. 만약 원세개를 통해 직접 중국정부에서 이 차관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최고 좋은 방법일 것임. 데니(O.N.Denny)가 며칠 전에 평안도에 가서 석탄광을 발굴하는 것을 처리하도록 명(命)을 받아 당시 기분이 조금 좋아졌으나, 출발하기로 예정된 날 일정이 갑자기 연기되었고, 현재 도대체 언제 가려는지 또는 가기는 가는 것인지, 모두 미정임. 만약 그가 간다면 나는 헌트(Hunt)24)를 그와 동행시키기를 건의하였음. 이는 가는 김에 평안도의 자원과 관련 통상을 위한 부두개설 필요성(전망)과 건설 지점에 대하여 시찰하고 보고토록하기 위함이었음. 외무서독판은
이에 대해 이미 동의하고 지지하였으며, 독판은 통상을 위한 부두건설을 찬성하고 있음.
헌트는 떠날 때 – 물론 단독으로 또는 데니(O.N.Denny)를 수행하던지 간에 – 나와 그 사이에 교환했던 공문은 모두 사본을 하여 귀하께 보고할 예정임. 평안도 도성인 평양은 한성에서 약 130마일 (약200km)거리로 현재 취득한 각종 보고에 의하면, 이 지역은 남쪽에 비하여 자원이 풍부하고, 주민들도 사업 마인드가 더 높다고하여 중국대륙의 목선무역 왕래도 상당히 발달되었고, 정부는 이곳에서 상당한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함.
미국의 신임공사 딘스모어(Dinsmore,한자이름;丁士莫)가 4월 1일 도착하였음. 록힐(Rockhill, 한자이름;柔克義)은 2일 이곳을 떠났고, 포크(Foulke, 한자이름;福而克)은 일본에서 돌아왔으며 앞으로 이곳에서 미국대사관 해군무관으로 주재할 예정임.
(20) 1887. 5. 10일 메릴이 하트에게 보낸 제29호 서한
앞서 서한에서 귀하에게 미국 전임 주조선 대리공사 포크(Foulke)가 조선으로 돌아온 사실을 보고한 바 있음. 그의 복귀로 인해 한바탕 소동과 다양한 소문이 돌았음. 이런 소문은 비록 대부분 근거가 약한 것이지만 그 후폭풍은 매우 심각할 수 있음. 포크가 미국정부에 보고한 1884년 조선에서 일어난 사변의 각종 보고는 미국의 외교문건중 예상치 않게 공개되었고, 또한 1886년 11월 17일의 북화첩보(北華捷報, North China Herald)에 전재됨으로써, 해석되어 조선국 외무서까지 알게 되었음. 보고에서는 혁명당무리가 발기한 것에 공감을 보내는 것으로 기술했기에 현재 조선정부 집권당파에 크게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더욱이 보고서 내에서 몇몇 최고위층인 세력있는 집안이 공공연히 거론되었기에 더욱 문제가 되었음. 이 보고서는 당연히 기밀문건으로 처리되었어야 하나, 미국정부는 오히려 그 것을 공개하였기에 이는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였던 것임.
이만큼 미국 역시 기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상황에 대해 완전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포크가 느끼기에 갑신정변파의 동기가 정당하다고...그러나 조선인들이 그들의 이름을 거론만 해도 증오심을 갖고 있는데...포크는 또한 대다수 관리들의 애국적인 열의와 성심을 질책하기도 했음. 이런 것들이 이미 보고서 작성자로서 그는 사람들에게 혐오나 의심의 대상이 된 것임. 그리고 그는 중국의 조선에서의 지위와 관련된 얘기들 역시 작성자가 조선인들에게 이런 사상을 전파할 때 야기될 수 있는 영향을 염려하는 것임. 따라서 조선국 외무서독판(아마 원세개의 책동에 의한 것임)은 이미 딘스모어(Dinsmore)에게 이번에 해군무관으로 임명된 포크(Foulke)가 조선을 떠나도록 요구하였음. 딘스모어는 이 요구에 대하여 자신은 권한이 없다고 답하면서 이러한 역겨운 보고서는 포크가 대사관에 보고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였으며, 당초 발표문을 준비하지는 않았으나 그래서 이번에 욕을 먹을 사람은 마땅히 이런 기밀 문건의 부서에서 책임지어야 한다고 해명함.
나는 포크가 말한대로 조선국왕이 그의 좋은 친구라는 것을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나, 친화파(친중파)의 역량은 이렇듯 강대하여 국왕은 전혀 항거할 힘이 없게 만들었음. 국왕은 포크가 그를 완전한 독립국의 군주로 대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영예로움이 생겨났고 그는 당연히 정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였으나 이는 그의 개인적인 야심에 그치고 말았음. 대부분 조선인들은 전혀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국왕 또한 그자신이 충분한 역량이 없음을 알고 있음. 그러나 어떻든지 간에 이 사건은 국왕이 포크 및 기타 국왕에게 같은 태도로 국왕에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었음. 그래서 포크가 돌아온 이후에 국왕은 관대하게 대하였고 주택 한 채를 내주어 포크를 거주케 하였음. 이는 바로 포크가 국왕을 위해 작업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게 만들었음. 사실상 이 보고서가 공개되기전에 포크는 군사교관의 초빙된 바 있으며, 만약 보고서로 인해 반감을 야기시키지 않았다면, 그는 그 직위를 수락했을 것임. 그러나 현재 내가 보기엔, 설사 국왕이 그를 다시 초빙한다 해도 그는 조선정부 밑에서 어떤 직위도 맡지 못할 것임. 몇몇 조선인들은 항상 포크집에 와서 거주하는데, 이로인해 또다시 소문이 발생되었는 바, 새로운 모의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임. 비록 집에 초대받는 손님과 그들과의 장시간 담소 등 포크의 일상이 큰 변화가 없으나, 최근 그의 의견과 생각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엄밀히 그를 감시하고 있는 바 이는 그의 행동이 모두 의심스럽다는 것이 그 이유임.
외무서 독판은 포크(Foulke)의 교체를 요구하였는 바, 비록 포크의 단편적인 보고서로 야기된 반감이 그 유일한 이유같지만, 아마 상술한 소문과 의심이 모두 관련있는 것임. 만약 원세개가 전력으로 이런 소문과 의심을 이용한다면 중국에 불리한 인물을 교체하려는 생각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음. 다만 원세개의 간섭이 도를 넘어 표현된다면 미국정부가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조선에서 도대체 기타국가가 못가진 특권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명확해 질 것이며, 중국사절(역주;원세개를 위시한 주조선 파견관들)이 과연 중국의 특권을 부인하는 사람들을 억압, 통제할 권력이 있는지 여부도 밝혀질 것임.
만약에 중국이 확실히 조선의 종주권이 있고, 조선 또한 이를 인정한다면, 미국은 반드시 조선주재 외교대표들을 철수할 것이며 조약 또한 철회될 것인 바, 이는 포크(Foulke)와 기타 미국 외교사절들이 행한 것은 모두 과도한 열성으로 미국정부가 조선이 독립자주국임을 견지하려는 정책을 집행한 것이라는 이유임. 미국헌법규정에 의하면 미국은 독립자주국가와만 조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되어있음. 다시말해 원세개는 포크(Foulke)가 여기에 머물고 국왕의 초대를 받는다는 이유로 국왕과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임.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원세개는 이미 완전히 짐을 꾸려 제물포로 부치는 등 귀국을 준비하고 있음. 그러나 조선관원들은 분분히 그를 만류하며 남아줄 것을 애원하고 있으며, 그가 진즉에 두 번이나 출발하기로 결정 하였으나 그때마다 강한 만류로 인해 귀국하려는 의사를 접은 바 있음. 의심할 바 없이, 그는 현재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바, 국왕은 결국 포크의 교체를 요구하는 서한을 쓰기로 동의했음. 5월 3일 원세개는 텐진(천진)으로 돌아가지 않게다고 선언하였고, 국왕의 서한은 5월 4일 발송되었음.
한성(서울)성내 여러곳에서 선동성있는 전단이 발견되었는 바, 정국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으로, 어떤 전단에서는 중일전쟁이 이미 발발했다는 내용과 1884년 사변(갑신정변;역주)에 중요 역할을 했던 다케조에(죽첨진일랑;竹添進一郞)공사가 조선주재 공사로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도 있음.
현재 정세는 확실히 내가 여기온 이후의 어떤 시기(時期)보다도 염려되는 상황임. 나는 비록 서한에서 포크의 목적은 진실된 것이고 어떠한 음모와도 관련 없다고 하였고, 나는 포크라는 인무에 매우 존경하고 친근함을 갖고 있으나, 여전히 나는 그가 떠나야만이 현재의 정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음. 나는 이 사건의 결말에 대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바, 그러나 아마 그를 동정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리할 것임. 포크는 나에게는 이곳에서 친밀한 친구중 하나이고, 우리는 조선정치에 대한 견해가 비록 다르지만, 개인적인 관계가 냉담해지는 정도는 아니며, 서로 양방면의 의견일지라도 자기 의견을 숨기지 않고 얘기하는 사이임.
그는 자신의 친일 경향 그리고 자신의 조선의 미래에 대해 품은 선입견 때문에 그와 일부 인사(그자신의 얘기론 매우 극소수 일부분) 는 항상 접촉하고 있음. 그의 조선 사무에 대한 관점은 이런 사람들의 의견과 대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임.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 소수인들의 생각을 조선인의 보편적인 정서로 오해한 소지가 있음. 사실 그가 듣고 본 모든 것은 단편적인 것이고, 최소한 그는 내가 인식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을 중시하지 않은 것이며 이는 바로 조선과 중국의 특수관계라는 것인 데, 더욱이 자체적으로 어떤 구속도 안 받고 조선이 이런 관계중의 지위를 받아들인 점이라 것임. 포크(foulke)는 미국의 교육을 받았고, 그는 완전한 독립이야말로 모든 민족이 소망하는 사실임을 믿고 있음. 이러한 항상 그를 찾아오는 소수의 조선인의 애국 논조는 그의 마음에 공명을 울렸으며, 그로 하여금 자신이 조선 일반백성들의 진정한 정서를 듣고 있다고 잘못 믿게 만들어, 이런 정서가 증가하려는 시기임에도 이를 숨기고 있거나, 중국세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갖는 소수 권력 귀족으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것임. 이는 그가 전통 정신이 바로 중국과 조선의 관계가 수백년을 이어져온 역량임을 망각했거나 또는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동일한 어언문자의 사용이 중국과 조선관계에 대하여 발생시킨 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나는 이문제에 대해 표현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지 않을 것인바, 장래에 또 누가 이런 문제에 부딪칠 것이기 때문임. 이문제가 아마도 조선 역사상의 하나의 중요한 간주곡이 될 것임.
이번 분기의 세수는 46,636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6,000원 증가하였는 바, 금년도 상업 전망은 매우 낙관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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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당시 인천전환국에서 발행하던 백동화(白銅貨)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역주)
24) Jonathan H. Hunt(한자이름:하문덕何文德), 부산해관 제3대 해관장(재임기간 1888. 7. 27-1898. 2. 18). 영국계 미국인. 1885년 10월 3일 신임 총세무사인 헨리 메릴(Henry F. Merrill)을 수행하여 조선으로 입국하여 서울의 총해관에서 근무하던중 부산세관장으로 발령받음. 10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어에 능통했고, 1887년에 조선정부의 지원하에 공사비 1천냥을 지원받아 해관부지 부근 일대를 매축하여 1888. 4. 29일 완공함. 이것이 부산해안의 첫 매축이었음. 1889. 10월에는 조선정부에서 2,546량의 지원을 받아 매축지와 연결된 해관잔교(海關棧橋)와 보세창고를 건축했음. 헌트가 이임한 후 1902년 부산매축주식회사가 기존의 선류장(船留場)에서 구 부산본역에 이르는 곳까지 매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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