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글로벌 반도체 시장서 우위 확보 방안 모색해야
편중된 메모리반도체 산업구조, 전방산업 수요 위축 등 반도체 역성장 원인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 3분기 영업이익이 30% 넘게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8,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도 어닝쇼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넘게 떨어졌는데, 반도체 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는 이제 모든 산업 분야의 필수 부품이 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칩(Chip), 즉 직접회로다. 직접회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연산·제어 등의 고도화된 정보처리 기능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0월 17일 발표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우리 기업 세계 점유율 1위(지난해 기준 59.1%)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3%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가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韓 점유율(%) ●
구분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메모리반도체 (Memory IC) | 60.7 | 61.7 | 58.4 | 56.9 | 59.1 |
시스템반도체 (System IC) | 3.0 | 3.1 | 3.2 | 2.9 | 3.0 |
※ 자료 : OMDIA,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 산업의 경우 국제 분업화가 일반화돼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한데, 특히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수요 다변화, ▲환율변동, ▲美·中 등 강대국의 디커플링 정책 등이 변수가 된다.
공급망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제조공정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스, 케미컬 등과 같은 소재, 생산을 위한 부품과 장비가 필요하다.
이것을 제공하는 기업은 후방산업에 위치하고, 후방산업의 발전 속도가 반도체 기술 전체의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이들 산업군을 이른바 ‘소(재)·부(품)·장(비) 산업’이라 한다.
이어 반도체 설계만을 담당하는 ‘칩리스(Chipless)’와 ‘팹리스(Fabless)’기업이 있다.
칩리스 기업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IP(지식재산) 라이선스를 생산기업에 판매하고,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 설계만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칩리스 기업과 비슷하지만, 자체 설계한 제품을 위탁 생산 후 자사 브랜드로 판매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한편 팹리스 기업을 생산 전문 파운드리 기업과 연결해주는 디자인 하우스 기업도 있다. 이는 팹리스가 설계한 도면을 파운드리 생산 공정에 맞게 다시 디자인(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파운드리는 오직 반도체 생산만을 하는 기업으로 직접 설계를 통한 생산보다 위탁받은 설계 도면에 따라 제품을 대신 생산해 이익을 창출한다.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시설 투자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므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이어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기업은 제조된 반도체를 패키징하고, 오류 여부를 테스트하는 후(後) 공정을 담당한다.
아울러 종합반도체 기업은 자체적으로 팹(Fab)을 갖추고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테스트·패키징,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행한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Intel)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년 동안 계속해서 1위를 유지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면서 주력 업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9.9%, 약 1,280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이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패권 싸움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당위성은 확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 업황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수출 증가율 감소 추세가 이어지더니 올해 8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8%로 역성장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역성장하는 원인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전방산업(IT·전자) 수요 위축, ▲美 ‘반도체와 과학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중국 제재 강화 여파,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경쟁력, ▲경쟁국 정부와 기업의 공격적 첨단반도체 투자 확대, ▲국내 대책 마련의 지연 등을 꼽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의 경우 전·후방산업 연관 효과가 매우 큰 사업인데 이는 투자, 생산, 고용 등 국가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는 착시현상으로 보인다”며, “고부가가치 창출과 성장성이 큰 시스템 반도체 분야, 10nm 이하 미세공정 구현에 필요한 IP 라이선스와 팹리스 분야는 여전히 세계 변방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美·中 경쟁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기술 외교적 대응을 비롯해 대내적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수준을 높여 세계 수준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처_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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