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부족, 국내 기업도 ‘비상’
생산라인 부족에 잇단 자연재해까지 … 공급 부족 최소 올해 3분기 이후 완화 예상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판매수요 예측 실패와 IT 기기·서버 등 타산업 반도체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의 품귀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주요 반도체 생산라인이 밀집한 미국 텍사스 한파, 일본 르네사스 화재, 대만 TSMC 화재 등 자연재해로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 예측에 따르면 이러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감산은 최소 올 3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으로, 국내 기업도 생산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세계적 이슈로 부상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은 자동차 수요 예측 실패와 파운드리 기업의 생산능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자동차 회사가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수요가 급감하자 부품 발주를 하향 조정했으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부품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며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또한 파운드리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발주가 축소되자 수요가 증가하는 5G, 가전 관련 반도체 등 타산업의 수주를 확대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최소 올해 3분기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차량용 반도체 중 특히 MCU와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참고로 MCU는 자동차에서 전장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품귀현상에 이어 잇단 자연재해까지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르네사스社(MCU 세계 생산 2위) 일부 공장의 지진 및 화재로 부품 수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전력 공급 중단으로 NXP, 인피니온 등 텍사스 공장 가동이 중단돼 상황이 더욱 악화됐고, 이에 세계 MCU의 70%를 생산하는 대만 TSMC社가 MCU 공급 부족을 해소해줄 것을 기대하며 각국이 대만정부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요청했으나, 4월 1일 TSMC 일부 공장 화재 뉴스로 리드타임(발주에서 납품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며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자동차 산업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장기화시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주단위 재고 점검 후 생산계획을 조정하며,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보유한 차량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의 경우 약 2~6주 분량의 차량용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 수급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다음달까지 품귀사태가 이어지면 생산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영국 일간 FT는 현대차의 생산이 4월부터는 중단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현황 및 강화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속 국내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팹리스-파운드리-자동차업계 수요연계 등 단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한 차량용 반도체 품귀사태는 단순히 단기에 해소될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달린 문제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장화 및 자동화로 자동차가 점차 ‘바퀴 달린 IT기기’로 변모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또한 자동차산업의 핵심부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규모는 380억 달러로 추정돼 전체 반도체 시장의 9.6%를 차지했으며, 향후 타산업용 반도체 대비 빠르게 성장해 3년 뒤인 2024년에는 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9.4억 달러로 우리가 보유한 자동차 생산역량과 비교해 지나치게 작다고 지적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 일본, 독일은 반도체 산업규모가 각각 130억 달러, 93억 달러, 72억 달러이며 텍사스인스트루먼트社(미국), 르네사스社(일본), 인피니언社(독일) 등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규모가 크고, 이들의 차량용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자동차 생산 및 수출의 점유율보다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3%로, 자동차 생산량 4.3% 및 수출액 4.6%의 점유율보다 낮아 이들과 대비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규모의 자동차 산업(반도체 수요처) 세계시장의 18.4%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반도체 공급처)을 보유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소수의 중소기업·스타트업 위주의 팹리스 부문 규모와 설계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 2위 규모의 파운드리 역량을 고부가가치 차량용 반도체 품목의 생산에 전략적으로 발휘하면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참고로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주행, 탑승자 안전상황 정보를 감지·분석·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장치로, 지난해 380억 달러에서 2026년 676억 달러로 연평균 10%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는 용도별로는 안전·ADAS(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섀시, 차체 등의 비중이 높으며, 기능별로는 마이크로 컴포넌트와 아날로그 반도체의 비중이 높다.
출처 - cu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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